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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시간적 자질

시계와 달력이라는 정형화된 틀 속에서는 시간을 이해할 수 없다. 숫자로 분절된 인위적인 척도가 오히려 시간의 본질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본래 시간은 구체적인 언어로 정형화하거나 수량화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논리적인 흐름이다. 때문에 시계는 시각은 알려주지만 정작 시간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시간을 깊이나 무게, 넓이의 척도로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말하자면, 시간을 얇고 가볍게 깊고 넓게 보는 것이다. 다른 잣대로 현상을 관찰하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간의 자질들이 보인다. 시계가 없는 곳에서도 시간은 수면 위에 얇게 펼쳐지고, 하늘을 떠다니고, 땅속으로 파고든다. 이러한 현상들 속에서 시간의 본질을 감지하는 것이 시간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일지 모른다. 나는 이렇게 측정한 여러가지 시간의 조건들을 시간적 자질이라 부른다.